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래 FA들은 소속팀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다. 구단은 그들이 날개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때로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심정수가 4년 총액 60억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한 것처럼, 구단은 거물급 FA를 수십억원에 다년간 묶어놓는다. 재정적으로도 큰 부담이고 감독도 그들을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텍사스가 실망감만을 안겨주는 박찬호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기아가 4위, LG가 6위, 롯데가 최하위에 그쳤던 것도 마해영(기아) 진필중(LG) 정수근 이상목(이상 롯데) 등의 부진이 큰 이유였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이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해 전력보강은 커녕 팀 분위기만 엉망이 됐다. 반면 삼성은 현대로부터 박종호를 영입해 내야 수비를 안정시켰고, 타선의 짜임새를 강화하는데 성공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원 소속팀에 잔류한 FA들은 대부분 무난한 성적을 낸다. 환경 변화에 따른 부담이 없고, 잠시 부진에 빠져도 이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관건은 ‘우승청부사’로 불리는 FA 이적생들이다.
때문에 삼성 심정수와 박진만, 그리고 SK 김재현은 12일 개막되는 시범경기의 큰 관심거리다. 특히 전문가들은 ‘60억원의 사나이’ 심정수를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는다. 그가 2002년부터 2년간 90홈런을 쏟아냈지만 지난해 무릎 부상과 라섹수술의 후유증으로 한달이 넘도록 결장한데다 22홈런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릎
통증과 선구안이 흔들리는 것은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낫겠지만 전처럼 폭발력있는 타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 그러나 심정수가 ‘홈런공장’으로 유명한 대구구장을 홈으로 쓰는 만큼 40홈런 이상을 낙관하는 의견도 많다.
박진만도 삼성의 운명을 쥐고 있다. 브리또 이후 특급 유격수를 갈망해온 삼성은 박진만을 4년 총액 39억원에 영입해 최강 내야진을 구성했다. 심정수가 타율 3할, 40홈런 이상을 기록하고, 박진만이 타율 2할8푼, 20홈런 정도로 심정수를 도와준다면 삼성은 우승을 향한 8부 능선에 오르게 된다.
FA 영입은 전력보강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다. 잘 쓰면 약이지만,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삼성과 SK는 그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FA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다. 그들의 선택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은 눈앞으로 다가온 시범경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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