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전망-유격수] 박진만-정근우 '경합'

[골든글러브 전망-유격수] 박진만-정근우 '경합'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7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오는 11일 열린다. 골든글러브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수비수들을 선정하는 골드글러브를 따온 상이다. 한국프로야구도 1982년 원년에는 수비율을 기준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선정했다. 원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22연승의 박철순이 아니라 황태환이 된 이유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골든글러브는 실질적인 ‘베스트10’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의 베스트10을 폐지하고 공격 능력까지 포함해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선정하자 상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최근 들어서는 일종의 인기투표 성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과연 누가 황금장갑의 주인이 될지 포지션별로 예상해 본다. ▲ 유격수 유격수는 수비의 꽃이다. 2루수와 함께 센터라인의 중심을 지키는 수비의 절대적인 핵심이다. 빠르거나 완만한 타구를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포구와 송구 그리고 강한 어깨가 필요하다. 타구를 향한 순발력과 공을 빼내는 민첩함에 상대 타자와 상황에 따라 스스로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판단력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깊숙한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처리하거나 완만하게 굴러오는 타구를 경쾌한 러닝스로로 처리하는 것은 유격수 수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수비의 다이내믹함이다. 그러나 화려한 만큼 체력 부담이 큰 포지션이다. 괜히 특급 유격수를 15승 투수에 비견하는 것이 아니다. 역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는 모두 12명. 최다수상자는 역시 김재박이다. 1983·1984·1985·1986년 4연패에 이어 1989년까지 총 5회 수상을 자랑하고 있다. 1980년대 김재박이었다면 1990년대는 이종범, 2000년대는 박진만이었다. 이종범과 박진만은 나란히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4회 수상으로 김재박의 뒤를 잇고 있다. 이종범은 1993·1994년과 1996·1997년 두 차례나 2연패를 달성했고, 박진만은 2000·2001·2004·2006년 수상했다. 이외 류중일(1987·1991), 장종훈(1988·1990), 유지현(1998·1999)이 2회씩 수상했다. 오대석(1982), 박계원(1992), 틸슨 브리또(2002), 홍세완(2003), 손시헌(2005)도 1회씩 거머쥐었다. 올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자로는 모두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유격수 골든글러브 후보자격은 84경기 이상 유격수로 출전하며 규정타석을 채워 타율 2할4푼 이상 기록한 선수들이다. 정근우(SK), 김민재(한화), 박진만(삼성), 권용관(LG), 이원석(롯데)이 후보자들이다. 박진만은 개인 통산 5번째 골든글러브에 도전한다. 이번에 수상하게 되면 ‘스승’ 김재박과 함께 유격수 부문 최다수상자가 될 수 있다. 경쟁자 정근우는 지난해 2루수에 이어 올해는 유격수로 황금장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개 포지션 이상 수상은 역대를 통틀어 7번밖에 없었다. 이외 김민재·권용관·이원석은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을 노리고 있지만 박진만과 정근우에게 밀린 모습이다. ▲ 박진만이냐, 정근우냐 명실상부한 ‘최고 유격수’ 박진만은 올해 공수 양면에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정확히 100경기에서 타율 3할1푼2리를 기록했다. 데뷔 후 높은 수치로 타격랭킹 전체 10위에 해당하는 고타율이었다. 7홈런·56타점도 돋보이는 기록. 홈런은 유격수 후보자 중 정근우(9개) 다음으로 많았고 타점은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 트레이드 마크인 수비가 좋았다. 수비율이 9할7푼3리로 후보자 중 1위였다. 실책도 12개로 제일 적었다. 비록 기록으로 수치화되지는 않지만 박진만의 안정된 수비가 투수들에게 주는 유무형적인 긍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박진만은 가장 화려하면서도 안정된 수비를 펼치는 유격수다. 박진만의 생애 5번째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정근우는 타격 성적으로 승부를 걸어 볼 요량이다. 정근우는 올 시즌 11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를 마크했다. 타격랭킹 전체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홈런은 9개로 유격수 중 가장 많았다. 도루도 24개로 전체 6위에 올랐다. 또한 출루율 8위(0.395), 장타율 9위(0.484)에 오르는 등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에서도 8위(0.879)를 차지하며 10위의 박진만(0.858)을 눌렀다. 그러나 수비가 매우 중시되는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하기에는 정근우의 수비가 너무 미흡했다. 수비율이 9할3푼2리로 후보자 중 최하위. 정근우의 유격수 수비는 한때 우승팀 SK의 구멍이었다. 한편, 건실한 유격수로 롱런하고 있는 베테랑 김민재는 올해도 골든글러브 수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 시즌 118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6홈런·47타점으로 쏠쏠한 타격 성적을 기록한 김민재는 수비율(0.963)이 박진만 다음으로 높았다. 실책이 19개로 다소 많았지만, 자살(161개)·보살(333개)이 권용관(177개·379개) 다음으로 많았다. 권용관은 무려 24개의 실책을 기록하는 등 수비율이 9할5푼9리에 그쳤다. 김민재의 수비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타격에서는 정근우와 박진만 모두에게, 수비에서는 박진만에게 밀린다. 프로 3년차가 된 이원석은 데뷔 후 처음으로 골든글러브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