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으면 수비 안 된다” 왜? 타구 가는 곳에 박진만 있음에
[중앙일보 2008-03-06 0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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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성원] # 9회 말 2사 1, 3루. 한국이 2-0으로 앞선 가운데 대만 8번 잔즈야오가 박찬호의 공을 가운데로 걷어냈다. 타구는 2루 베이스를 타고 흐르는가 했으나 어느새 유격수 박진만(32·삼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몸을 날려 잡은 공이 그대로 2루수에게 토스됐고 승부 완료. 한국이 2-0으로 이겼다. 2006년 3월 3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만과의 1차전, WBC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고 그 중심엔 박진만이 있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3월 7∼14일· 대만 타이중)에 나갈 한국 야구대표팀 엔트리 24명이 5일 확정됐다. 대회를 이틀 앞두고서야 발표한 데는 이유가 있다. 부상 중이던 박진만 때문이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어깨 부상 중인 그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렸다. 4일 최종 평가전에서 그를 테스트한 뒤 합류를 결심한 것이다. “큰 대회, 단기전에선 박진만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던 김 감독이다. 박진만의 이상무, 그의 컨디션 회복은 그만큼 대표팀에 중요하다. 프로 입단 이후 대표팀 간 경기에서 그는 36게임 연속 무실책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빠르고 유연하다. 동료 유격수 손시헌(두산)은 “진만이 형은 공을 너무 ‘쉽게’ 잡는다. 수비 범위가 넓으니 이미 포구 지점에 도착해서 쉽게 걷어내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소속팀 삼성의 류중일 수비코치는 “몸이 유연해 포구에서 송구로 이어지는 동작이 무리 없이 진행된다. 어깨는 정상급 유격수 중 중상위 정도다. 하지만 동작에 끊김이 없으니 송구를 준비할 여유가 생긴다”고 밝혔다. 류 코치는 또 “김재박 선배(LG 감독)나 나도 수비에서 인정받은 유격수였다. 우리의 경우엔 움직임이 크고 다양해 보는 사람들이 화려함을 느낀다. 그러나 정말 투수들을 편하게 하는 건 박진만밖에 없다”고 칭찬했다. #왜 유격수는 내야수 중 수비 범위가 가장 넓다. 3루수가 2∼3m라면 유격수는 7∼8m를 커버한다. 유격수 출신의 서정환 전 KIA 감독은 박진만에 대해 “다른 유격수보다 한 발짝 내지 한 발짝 반은 더 소화한다”고 말했다. 최대 9m 정도를 처리한다는 얘기다. 박진만은 평소 수비할 때 두 가지를 본다고 했다. 일단 투수-포수 배터리의 사인과 타자 스타일로 타구 방향을 예측한다. 여기까지는 유격수로서 당연하다. 추가적으로는 그날 선발 투수의 볼끝을 본다고 귀띔했다. WBC 멕시코전에서 선발 투수 서재응의 볼끝이 유달리 좋았던 점을 감안해, 박진만은 2루 쪽으로 수비 위치를 옮겼고 안타성 타구를 모조리 잡아냈다. 경기 후 파킨 에스트라다 멕시코 감독은 “타구가 가는 곳엔 항상 그(박진만)가 있었다”고 탄식했다. #파이팅은? 유격수는 수비수들을 이끄는 야전사령관이다. 그런 점에서 박진만은 파이팅이 좀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좌우와 앞뒤 모두 ‘맞춤형’으로 설정해 움직이는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문을 달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이 어깨 통증으로 힘들어하던 박진만을 “네가 없으면 안 된다”고 설득해 대만으로 데려간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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