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5년

스타들의 ‘등번호’ 사연도 가지각색

사비성 2005. 4. 19. 12:23
스타들의 ‘등번호’ 사연도 가지각색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인 아디다스는 지난 2월 농구 캠페인을 펼치면서 알쏭달쏭한 숫자 ‘21121’로 홍보에 나섰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케빈 가넷(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21번, 트레이시 맥그레이디(휴스턴 로키츠)의 1번, 팀 던컨(샌안토니오 스퍼스)의 21번 등 3명의 등번호(백넘버)를 합성한 것이다. 운동선수의 또다른 이름인 등번호는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7’김재박, 몸값보다 우선 ‘애지중지’자신과 닮은 박진만에게 물려줘

◇ 갖가지 유형과 사연 = 최근 한국야구 100주년 최우수고교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인천고 투수 김용태의 등번호는 37번이다. 대물림형도 있다. 프로야구 현대 김재박 감독은 선수시절 구단과 입단 협상을 벌이며 자신이 대표팀에서 달았던 등번호 7번을 입단조건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가 애지중지하던 7번은 수비위치(유격수)도 같고, 호타준족의 야구 스타일도 비슷한 박진만이 1996년 현대에 입단하자 물려받았다. 박진만은 올해 삼성으로 이적한 뒤에도 7번을 달고 있다. 이름에서 등번호를 따기도 한다. 은퇴한 투수 오영일은 자신의 이름(501)대로 배번(51번)을 정했고, 공필성도 자신의 성을 따서 등번호가 0번이었다.

80년대 후반 프로야구 엠비시(MBC) 청룡에는 배재고 출신 선수 5명이 나란히 30~35번을 달았다. 30번 노찬엽, 32번 신언호, 33번 이광은, 34번 하기룡, 35번 김태원이 그들. ‘10’ 장훈·마라도나·박주영·문경은등 3대스포츠 통틀어 최고의 인기

‘44’ 행크애런 이후 홈런타자들 몫 트레이드 단골 ‘비운의 대명사’

◇ 뜻이 있는 등번호 = 야구에서 10번은 팀의 왼손 간판타자를 뜻한다. 재일동포 장훈씨의 영향 때문이다. 국내에선 1980년대 스타 장효조(삼성·롯데)를 비롯해 현역인 김기태(에스케이), 양준혁(삼성), 이숭용(현대) 등이 10번을 달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홈런왕 행크 애런과 레지 잭슨이 달던 44번은 슬러거를 말한다. 엘지 조인성, 에스케이 조경환 등이 달고 있다. 과거에도 두산 김상호, 현대 강영수, 해태 이병훈 등이 달았다. 그러나 4자가 들어간 탓인지 엠비시 청룡의 김정수는 한창 활약하던 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다른 선수들도 트레이드를 자주 당해 국내에서 44번은 어느덧 ‘비운의 슬러거’를 상징하고 있다.

스포츠평론가 기영노씨는 “선수들의 등번호는 ‘제2의 이름’이며 특정번호에 대한 의미가 팀의 전통이 되기도 한다”며 “원하는 등번호를 단 선수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