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정상 아니라 자연스럽게 제외 될줄 알았는데… |
대표팀 유격수 박진만(33)이 하와이 전지훈련 시작후 처음으로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하와이에 와서 내 인생이 참으로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WBC 개막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진만에게는 마치 대표팀의 운명을 혼자 짊어진 것 같은 중압감이 쏠리고 있다. 오른쪽 어깨 통증 때문에 훈련을 100% 소화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김인식 감독은 그에게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악의 경우 엔트리 한 자리를 희생하고서라도 박진만을 WBC에 데리고 간다. 본선에라도 뛰게 할 수 있으니 포기할 수 없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럼 요즘 박진만의 심경은 어떨까. 그는 19일 (한국시각) "지금 몸상태로는 1차 아시아예선은 무조건 못 뛴다"고 못박았다. 이어 "날짜를 보니 3월 중순 시작되는 미국 8강전부터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한 달 남았으니 그때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믿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박진만은 오키나와의 삼성 캠프에서 대표팀의 하와이 캠프로 넘어갈 때만 해도 부담감이 많지 않았다. 그는 "어깨가 도저히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하와이에 와서 며칠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제외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대표팀에 대한 예의를 위해 하와이까지 일단 넘어온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돌아가는 분위기가 그게 아니었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자신만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파도 데리고 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불과 며칠만에, 마치 자신의 어깨에 대표팀의 사활이 걸려있는 듯한 무드가 조성됐다.
이만저만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박진만은 "트레이너 3명에다가 한화 소속인 손 혁 인스트럭터까지 만사 제쳐두고 내 재활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고마우면서도 많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진만에게 질문했다. "어차피 코칭스태프는 끝까지 데리고 가려는 것 같다. 차라리 이쯤에서 '어떻게 되든 끝까지 대표팀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러나 돌아온 답변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박진만은 "간단하지 않다. 지금 생각 같아선 아시아예선은 무조건 안 되고, 미국 본선은 될 것도 같다. 그런데 막상 본선에 가서도 어깨가 낫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문제다. 김인식 감독님께 엄청난 폐를 끼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금도 감독님께서 매일 '오늘은 어떠니' 하고 물어오신다. 어떤 상황에서든 집에 가겠다는 건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본선에선 어깨 상태가 좋아질 수 있으니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또 한편으론, 이러다 끝내 안 좋아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그건 최악의 민폐가 되기 때문이다. (옅은 웃음) 정말 인생이 무겁다는 생각이다."
2000년대 들어 주요 국제대회 최다 참가 기록을 갖고 있는 박진만이다. 어떻게 보면 그간의 관록과 경험이 지금의 고민과 부담감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