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5년

사자들 "태평성대는 끝났네"

사비성 2005. 6. 22. 12:34
사자들 "태평성대는 끝났네"
삼성, 현대와 3연전, 2위 두산에 반게임차 '불안한 선두'
 

삼성 FA 유격수 박진만이 자율훈련일인 20일 대구구장에서 배팅훈련에 앞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삼성 FA 유격수 박진만이 자율훈련일인 20일 대구구장에서 배팅훈련에 앞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어, 만두도 나왔네."

주장 진갑용이 깜짝 놀랐다는 듯 박진만에게 말을 건넨다.

만두는 박진만의 별명. 모자를 돌려쓴 박진만이 방망이를 휘두르다 진갑용을 향해 말없이 씩 웃는다. 웃으면 눈이 없어지는 박진만이다.

월요일인 20일 대구구장. 무더운 날씨에도 꽤 많은 선수들이 집합했다. 진갑용, 김한수, 양준혁, 강동우, 김재걸, 박진만 등 상당수 주전들이 방망이를 빼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은 자율훈련시간. 대개는 재충전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자율훈련에 이처럼 많은 선수가 참가하기는 올들어 처음이다.

한대화 수석코치는 "야구를 못하니까 연습이라도 해야지"라며 '강압적인' 자율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 선수들이 부진탈출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 얼마전까지 '태평 시절'을 보내다 2위 두산에 반게임차로 쫓기며 선두자리를 위협받는 현실이 선수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헛방망이질을 일삼는 타자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방망이를 곧추세웠다.

현재 삼성 타자들 중에 '3할타자'는 박한이(3할2푼9리)밖에 없다. 김한수, 진갑용, 강동우 등 한때 3할대의 고타율로 타격랭킹 상위권을 점령했던 선수들이 전부 2할대로 떨어졌다.

2할4푼1리의타율로 프로데뷔 후 최악의 슬럼프에 빠진 양준혁. 지난 19일 SK전에서 9회말 솔로홈런을 터뜨린 양준혁은 "승부가 결정된 마당에 홈런을 치면 뭐하냐"며 자조적으로 말한 뒤 "홈런이 부진탈출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FA 김한수는 박흥식 타격코치로부터 "트레이드시키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농담식으로 건넨 말이지만, 김한수로선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날 자율훈련에 빠진 선수는 '600만달러의 사나이' 심정수와 팀내 타격수위 박한이. 고질적인 허리통증을 앓고 있는 심정수에겐 무조건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 어차피 심정수가 살아나야 전체 팀타선에 활력이 돋기 때문에 배려를 아끼지 않는 코치진이다.

박한이의 불참에 대해선 한마디씩 토를 단다. 진갑용은 "3할타자라 안 나온단 말이지, 내일 제대로 못 치면 가만히 안 두겠다"고 말했다. 물론 악의는 없다.

투수들은 자율훈련에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 타자와 달리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21일부터 대구홈에서 상승세의 현대와 3연전을 갖는다. 1위 싸움의 분수령. 삼성으로선 집단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하면 2위 추락의 쓴맛을 볼 가능성이 많다. '위기의 삼성호'가 어디로 갈 것인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