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5년

현대 출신 사자되어 어미를 물어뜯다

사비성 2005. 6. 22. 12:32

현대 출신 사자되어 어미를 물어뜯다
현대출신 삼성3인방 심정수-박진만-박종호 '포효'
투런아치등 9타점 V 합작… 선두자리 굳건히 지켜

사자 새끼를 키워보냈다.

삼성이 현대에서 수입한 자유계약선수(FA)의 활약이 눈부셨다. 심정수(30) 박진만(29) 박종호(32) 등 현대의 품에서 컸던 선수들이 적이 되어 어미를 물어뜯었다. 재미있지만, 프로의 냉정함이 엿보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삼성은 21일 대구에서 현대를 맞아 12-0으로 대승했다. 자칫 두산에게 선두를 빼앗길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심정수 박진만 박종호가 무려 9타점을 합작한 데 힘입어 귀한 승리를 챙겼다.

포문은 심정수가 열었다. 올해 4년간 최대 60억원을 받고 삼성으로 이적한 그는 0-0이던 3회 현대 선발 손승락으로부터 중월 2점홈런을 쏘아올렸다. 친정 현대에게서 뽑은 첫 홈런.

심정수는 9-0이던 6회 좌중월 장외홈런을 뿜어내며 옛 동료들의 가슴에 쐐기를 박았다. 심정수는 이날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 현대전 타율을 꼭 3할로 채웠다.

지난해 4년 최대 22억원을 받고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박종호도 3-0이던 4회 1사 만루에서 우월 싹쓸이 2루타를 쳐내며 3타점을 올렸고, 5회 1사 만루에서도 1루땅볼로 4타점째를 기록했다. 현대전 타율 3할.

현대 ‘창단둥이’로 올해 4년 39억원을 받고 사자로 변신한 박진만의 포효도 우렁찼다. 박진만은 5회 1사 만루에서 2타점짜리 좌월 2루타를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박진만의 현대전 타율은 4할2푼9리.

구단은 FA가 된 선수를 떠나보낼 때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 거액의 투자비용 이상으로 활약해 줄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출신 FA는 다른 구단에서도 몸값에 걸맞는 성적을 내고 있다. 하나같이 성실한 데다 현대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은 덕분이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구단 재정이 어려운 탓에 선수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속앓이를 해왔다. 특히 지난시즌 뒤 심정수와 박진만이 삼성으로 떠나자 그답지 않게 울분까지 토했었다.

제자들을 떠나보낸 것도 서러운데 그들은 자신에게 칼을 겨누는 입장이다.

삼성은 선두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심정수 박진만 박종호 덕에 한숨을 돌렸다. 반면 상승세를 타고 있던 현대는 이날 롯데에게 4위를 빼앗겼다.

자식처럼 아꼈던 선수들이 9타점을 쓸어담는 것을 본 김 감독의 심정은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