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5년

[현장메모] 대구구장 덕아웃에 에어컨 켜야겠네!

사비성 2005. 6. 27. 12:38
[현장메모] 대구구장 덕아웃에 에어컨 켜야겠네!
“덕아웃에 에어컨을 켤까?”
삼성-현대전이 열린 23일 대구구장. 한낮 기온은 섭씨 35도까지 올라갔고, 인조잔디가 열기를 머금은 장내 체감온도는 40도에 달했다. 특히 햇볕이 직접 내리쬐는 1루측 현대 덕아웃은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악명높은 대구 더위가 본격적으로 위세를 떨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 김재박 감독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김 감독은 “강명구 구단주대행이 사장 시절이던 96년 대구에 오시더니 덕아웃에 에어컨을 달자고 하셨다”며 껄껄 웃었다.

앞이 뻥 뚫린 덕아웃에 에어컨을 틀어도 소용없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 그러나 ‘안되면 되게 하라’는 현대맨 특유의 뚝심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였다.

김 감독은 “이 정도 더위라면, 특히 대구의 경우는 유리로 앞을 막고 에어컨을 가동할 만하다”고 의견을 냈다. 대구 출신인 김 감독이야 어느 정도 더위에 익숙해 있지만, 선수들은 잠깐씩 쉴 때라도 열을 식혀야 경기력이 향상된다는 것.

듣고 있던 정재호 현대 단장도 “에어커튼 등 다른 방법도 고민해봤지만 효과가 떨어진다더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구구장의 끔찍한 더위는 홈팀인 삼성 선수들에게도 커다란 고민이다.

특히 올해 이적해온 심정수박진만은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 중이다. 심정수는 타격훈련을 마치고 정수기에서 종이컵에 물을 받아 ‘간이 샤워’를 했고, 박진만은 “스트레칭을 5분만 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며 혀를 내둘렀다.

두산 박명환은 낮 경기 등판 때 모자 속에 양배추를 넣고 던지다 부정투구로 지적되기도 했다. 지바 롯데 이승엽은 삼성시절 대구 홈 덕아웃 냉장고에 헬멧을 두고 더위를 식히곤 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점. 적어도 대구구장에서는 색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