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1년

SK 박진만 “게으른 국민 유격수 아니다”

사비성 2011. 2. 10. 21:48

SK 박진만 “게으른 국민 유격수 아니다”

입력 2011.02.09 10:01수정 2011.02.09 10:05
 

SK의 점심 식사 시간은 무척 짧다. 일본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훈련 중인 SK 선수들은 실내에 차려진 음식들을 30분 내로 먹고 다시 운동장으로 나선다. 베테랑 이적생에게도 추가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적응은 운동장에서 한다"는 게 SK의 지론. 16년차 유격수 박진만(35)도 재빠르게 움직인다.

"식사 시간에도 숨이 차요." 8일 시영구장에서 만난 박진만은 가벼운 농담으로 SK의 빡빡한 훈련 스케줄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신없이 움직이긴 하는데 재미가 있다"고 웃었다. 그의 훈련태도는 진중하다. 김성근 SK 감독은 "누가 박진만을 게으르다고 했는가. SK로 오기 전에 '몸이 안좋다'라는 말이 들려서 걱정했는데 모든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박진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6년 현대에 입단한 박진만은 신인 때부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이후 '최고 유격수'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베테랑으로 불리면서 '게으르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 해 11월 삼성에서 SK로 옮긴 뒤 "SK의 강훈련을 견딜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은 이유다.

박진만은 "내가 원래 숨어서 훈련하는 스타일이다"라고 웃은 뒤 "현대 신인 시절에는 김재박 감독님과 함께 늘 야간훈련을 했다. 나이가 들고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특훈에서 빠질 때가 있었는데 그때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SK에서는 '숨어서 할 틈'도 없다. 박진만은 "밖에서 볼 때 'SK는 지칠 정도로 훈련하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이 훈련이 왜 필요한지를 인지시킨 뒤 그라운드로 내보낸다. 몸은 고되지만 동료들이 늘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를 격려한다. 모두 어울려서 훈련하니 숨어서 할 필요도, 시간도 없더라"고 말했다.

짧은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났다. 2루수 정근우(29)는 "형님, 또 보여주시죠. 숨어서 하지 마시고요"라고 했다. 박진만은 이미 글러브를 챙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