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자신이 속한 팀과 포지션 모두 어색함과 익숙함이 공존한다. 모순 같지만 현실이 그렇다.
한 때 '국민 유격수'라 불렸던 박진만(SK). 하지만 지난해 그의 자리는 유격수가 아니었다. 1군에서 뛸 기회조차 별로 없었다. 1군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3루수가 그의 포지션이었으며 플레이오프 때는 프로야구에서 단 한 번도 소화하지 않았던 2루수로 뛰기도 했다.
결국 박진만은 전 소속팀 삼성과 합의 하에 시장에 나왔고 '역대 최고 방출 대어'란 말을 들으며 많은 팀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후 박진만은 보장된 연봉 6억원 대신 연봉 2억 5천만원, 옵션 5천만원에 SK와 계약했다.
자신이 자란 인천이란 익숙한 곳과 SK라는 익숙하지 않은 팀. 야구 인생의 대부분을 뛰었던 유격수지만 한 편으로는 다시 찾지 못할 것만 같던 자리. 그는 약간은 어색하지만 익숙함의 정도가 더한 인천과 유격수란 곳으로 돌아왔다.
▲ 지난해 방황 접고 유격수로 돌아오다
2000년대 들어 '국가대표 유격수=박진만'이라는 등식이 성립했다. 박진만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 유격수였다. 2000, 2001, 2004, 2006, 2007년까지 남들은 한 번도 타기 힘든 골든글러브를 5번이나 수상했다. 어려운 타구를 너무나 쉽게 처리하는 그의 모습에서 해설자들의 칭찬은 끊이지 않았다.
높이 날았던 그이기에 추락은 더욱 아팠다. 박진만에게 지난 2년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어깨 부상 속에 수비 범위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들며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여기에 소속팀의 세대 교체라는 명분까지 더해지며 박진만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은 급격히 줄었다. 결국 2010시즌 그의 자리는 유격수가 아닌 3루수 혹은 2루수였다.
올시즌을 앞두고 SK 유니폼을 입으며 그는 다시 유격수로 돌아왔다. 지난해까지 SK 주전 유격수였던 나주환이 전력에서 이탈했기에 주전 유격수 컴백의 '기회'는 열렸지만 '확정'은 아니다. 그의 경쟁자인 김연훈과 최윤석은 타격은 몰라도 수비는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SK는 이름값을 따지지 않기로 유명한 팀이다.
때문에 여러가지 변수가 있는 상황이지만 박진만에게는 이러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이다.
▲ 25살에 떠난 고향, 36살에 돌아오다
1995년까지 인천구장의 모습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명색이 천연 잔디구장이었지만 '잔디'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1996년부터 인천을 홈으로 사용하게 된 현대는 그라운드를 전면 교체했다. 내야는 전체가 흙, 외야는 인조잔디로 '산뜻하게' 꾸며졌다. 그리고 새롭게 단장한 구장에서 처음 펼쳐진 경기의 주전 유격수는 '산뜻한' 인천고 출신 신인 박진만이었다.
당시 그는 인천팬들에게도, 소속팀에게도 소중한 존재였다. 새로운 구단과 함께 시작한 신인 선수였으며 팬들로서도 희귀했던 연고지 스타의 탄생이 반가웠다. 여기에 당시 김재박 감독의 포지션과 등번호까지 이어받아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후 박진만은 고향 인천과 점점 멀리 떨어졌다. 2000년에는 현대가 서울 입성을 위해 떠나며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2004년 FA가 됐을 때는 삼성과 계약하며 더욱 먼 대구로 향했다. 25살에 인천을 떠난 박진만은 36살이 돼서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 때 그는 '국민 유격수'라 불릴 정도로 '유격수의 아이콘'이었다. 많은 SK팬들은 2004시즌 종료 후 그가 FA가 되자 구단에게 그를 영입하라고 말할 정도로 데뷔 후 4년간 '인천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시간은 흘렀고 이제 그는 더 이상 '유격수의 아이콘'도 '인천의 아이콘'도 아니다.
비록 앞의 수식어들을 다시 얻을 수는 없지만 올시즌 활약 정도에 따라 그는 '컴백의 아이콘'이라는 어느 것보다도 값진 단어로 자신의 이름을 꾸밀 수도 있다. 결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SK 유격수 박진만.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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