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1 인터뷰]박진만 "내가 감독이었어도 김상수를 기용했을 것"
기사입력 | 2011-03-14 17:17
|
그러나 이젠 부활을 꿈꾸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삼성에서 올해 SK로 이적한 박진만(35)은 과거와 현재의 이슈를 함께 가지고 있는 선수다. 지난해 그는 삼성의 세대교체 바람에 밀려 신인 김상수에 밀려 벤치에 앉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결국 올해 보장연봉 6억원을 거부하고 반토막난 3억원에 SK와 계약했다. 용기있는 선택. 그러나 '제2의 야구인생'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그는 지난 2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너무나 강했던 베팅훈련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여전히 야신의 지휘 아래 SK의 살벌한 주전 유격수 경쟁을 해야하는 처지. 수많은 사연을 지닌 박진만이 이번주 10대1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는 건 당연했다. 그를 우여곡절 끝에 11일 부산 롯데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야. 정말 아니야. 내가 감독이었어도 상수를 기용했을거야. 나는 노하우로 수비를 했는데 몸이 많이 둔했었거든. 근데 너는 정말 빠르게 수비를 잘 했잖아. 프로세계니까 그건 당연해. 껄끄럽거나 밉거나 그런 감정은 정말 없었어.
―일본 고지 스프링캠프에서 형이 구석에 쪼그려 앉아 빵을 먹는 '아름다운 모습'을 봤어요. 저도 5년간 먹어봤는데. '눈물젖은 빵'을 먹는 기분이 어때요.(SK 정근우)
▶(갑자기 박장대소를 한다) 봤구나. 사실 SK 입단한 뒤 말로만 들었다. (이)호준이 형이 그 얘길 하더라. 호준이 형이 예전에 구석에서 빵을 먹고 있는데, 옆에 지나가던 (김)재현이 형이 '뭐냐. 운동하다 무슨 빵을 먹냐'고 타박하더라고. 근데 며칠 뒤에 호준이 형이 같은 자리에서 재현이 형이 빵먹는 걸 봤다더라. 여기는 연습이 시작되면 기약이 없잖아. 감독님 마음에 들때까지 식사시간도 없이 계속 하니까. 허기가 져서 어쩔 수 없이 먹었다. (기자가 "심지어 빵을 챙기는 모습도 들켰다"고 하자) 하하. 어쩔 수 없다. SK 스프링캠프를 견디려면 항상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빵 정말 맛있었다.
(박진만은 지난 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베팅훈련을 하던 도중 쓰러졌다. 거기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오후였을 것이다. 아침부터 티베팅을 하다가, 감독님이 티볼을 올려주셨다. 집중해서 한박스를 치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핑 돌더라.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침대로 옮겨져 누워있는데 옆에서 누가 툭툭쳤다. 눈 떠보니 강성인 트레이닝 코치였다. 강 코치께서 "진만아, 일어나야돼. 더 이상 누워있으면 너가 곤란해질 것 같아"라고 했다. 당시에 '이게 무슨 상황이야. 배팅을 많이 치면 이렇게도 되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배팅을 하는데, 그게 또 되더라.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쿠바 마지막 타자의 타구를 잡아 병살타로 끝냈습니다. 당시 타구가 자신에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는지, 아니면 제발 다른 사람에게 가길 바라셨는지 솔직한 속마음을 알고 싶어요. (KIA 이용규)
▶보통 게임에서는 '나한테 타구가 와라와라'했는데, 그때 만루가 되는 순간 너무 살 떨리더라. 그래서 '나한테 타구가 오면 어떡하지'하면서 안절부절 못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최초니까. 나도 시범경기 합쳐서 2000게임 출전을 앞두고 있는데, 그때는 경험이고 뭐고 필요가 없더라고. 근데 병살타로 끝내고 나서 '아 이래서 야구를 하는거구나. 정말 야구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했어. 너무 기분 좋았지.
―2004년 한국시리즈 최종전 빗속 혈투 중 마지막 플라이아웃을 놓쳤습니다. 아찔했는데 그때 상황을 전해준다면요. (넥센 김민우)
▶그 게임이 야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아. 당시 삼성과 7차전이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왔어. 투아웃에 평범한 플라이 볼을 놓쳤는데, 너무 아찔했지. 그걸 잡았으면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는데, 내가 놓치면서 '아 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투수가 잘 막아줘서 우승을 했는데, 그 짧은 순간 지옥에서 천당에 가는 기분이었지.
―만두야(박진만의 별명은 만두) 선수생활 끝나면 뭐할 생각이냐? 만두 사업 할거야?(오릭스 이승엽·박진만과 동기)
▶(기자에게 '이거 웃긴 질문이죠. 웃기게 대답해도 되는거죠'라고 얘기한 뒤) 하하. 일본 가서 교자집이나 내야겠다. 고지(SK 일본 전지훈련지)가니 맛있는 교자집 많더라.(솔직히 재미는 별로 없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선수는 운동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하신 걸 젊을 때는 몰랐는데, 이젠 알겠더라. (기자가 물었다. "연봉 6억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절반만 받고 SK로 간 건 모두 용기있는 선택이었다고 하더라. 왜 그랬나") 삼성에서 몸도 안 좋고 성적도 안 좋고, 2군에 있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 혼자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이렇게 선수생활 마무리하면 안되는데'라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끝내기는 너무 아까웠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다. SK의 강한 훈련을 소화하면서 절실하게 재기하고 싶었다. 삼성이 너무 고맙다. 너무 좋게 나를 풀어줬다.(삼성은 박진만을 아무런 조건없이 풀어줬다. 때문에 SK의 박진만 영입은 수월했다)
―김성근 감독님이 잘 해 주시냐? ㅋㅋ(오릭스 이승엽)
▶하하. 알면서.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감독님이 직접 타격지도를 하시면서 티볼을 올려주셨는데, 너무 높게 올려주셔서 두번이나 내 타구에 눈주위를 맞았다. 감독님이 웃으시면서 "한번 맞는 선수들은 많은데 두번이나 맞는 애는 너밖에 없다"고 하시더라.
―안타가 되겠다 싶은 타구도 미리 자리를 잡고 처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수비위치를 매우 잘 잡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타구 방향을 잘 예측하시는 것인지요.(두산 이종욱)
▶게임을 많이 하다보면 타자들의 성향이나 버릇이 보여. 그런 부분을 분석하고 게임에 들어간다. 타자들이 나오면 배트궤도나 코스 방향을 나름분석해서 포지션을 잡아. 생각없이 감으로 하는 것은 위험한 것 같아. 이런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올해 SK로 이적하셨습니다. 삼성에 계실 때와 비교해 팀 분위기라든가 다른 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아진 점과 나빠진 점이 있다면요?(두산 손시헌)
▶젊은 선수들이 많은 삼성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많다. 그런데 SK는 연습할 때도 항상 긴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항상 집중하고. 개인적으로 나빠진 점은 없는 것 같다. 워낙 운동량이 많아서. 이번 캠프에서 순발력을 키우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 수비가 노쇠화됐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으니까. 수비폭이 넓어지면서 이제 그런 부분은 해결이 된 것 같아.
―(농담성으로)SK 가서 훈련을 그렇게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왜 삼성에 있을 때는 별로 안했어요.(삼성 신명철)
▶여기 분위기가 운동을 안 할래야 안할 수 없다. 사실 삼성에서는 몸이 많이 안 좋았다. 다리도 그렇고 어깨도 그렇고. 때문에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여기서는 정신이 달라졌고, 운동을 많이 해도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몸이 많이 좋아진 것도 영향이 있고.
―저도 올해 나이가 32세가 됐습니다. 진만이 형은 FA도 2번이나 할 정도로 오래하고 있는데 몸관리를 어떻게 하면 형처럼 오래 야구 할 수 있나요? 비결을 알려주세요.(롯데 송승준)
▶승준이야 뭐 워낙 좋은 선수니까 기술적인 부분이야 말해줄게 없네. 알아서 워낙 잘 하니까. 하나만 말해주면 좀 더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건 자기 손해인 것 같아. 장기레이스이기 때문에 오늘 잘 던져도 다음에 못 던질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는 것 같아. 난 그라운드에서 웬만하면 웃으면서 즐겁게 훈련하는 스타일이거든. 사실 스트레스 안 받으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견디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직도 대한민국 최고 유격수는 박진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팀을 옮기고 나서 첫 시즌인데 어떤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계신가요?(롯데 강민호)
▶최고유격수는 과거얘기고 지금은 루키로서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야. SK 팀동료들이 농담삼아 나를 보고 '신인 1차 1번'이라고 하더라. SK에 와서 연습량도 많아지고 몸이 괜찮아지니까.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어. 여기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고 잘해야겠는 생각이 들어.
―유독 제 공을 잘 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KIA 윤석민)
▶에이, 내가 잘 치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니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겠지. 볼이 너무 좋아 석민이 공을 잘 친 기억이 별로 없는데.
―지금까지의 유격수의 롤모델과 후계자는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넥센 강정호)
▶롤모델은 김재박 감독님이야. 고등학교때부터 김 감독님이 하시는 플레이를 봤는데, 저런 플레이를 하고 싶더라고. 후계자라. 정호는 장타력이 있는 좋은 유격수고,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한 건 두산에 (손)시헌이네.
―야구선수로 최고의 평가를 받는 선수였어요. 다른 삶을 산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나요.(넥센 김민우)
▶전투기 조종사. 어떤 인연도 없는데 그냥 끌렸어. 너무 멋있어 보였거든.
'기사 > 201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진만 "만삭 아내의 격려 눈물이 핑 돌았다" (0) | 2011.03.22 |
---|---|
박진만 송구는 김재박 감독 타구판단은 내가 낫다 (0) | 2011.03.22 |
김성근 감독 "박진만,캠프 성과 조금씩 보이는 듯" (0) | 2011.03.22 |
[포토] 박진만 홈슬라이딩 ‘녹슬지 않은 발’ (0) | 2011.03.22 |
홈 쇄도하는 박진만 (0) | 2011.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