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2년

[인터뷰] ‘청출어람’ 꿈꾸는 2012 박진만

사비성 2012. 2. 7. 16:09

[인터뷰] ‘청출어람’ 꿈꾸는 2012 박진만

 

[OSEN=박현철 기자] “감독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존경하는 스승을 넘어서는 것도 굉장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6번째 골든글러브를 목표로 삼겠다”.

제대로 된 부활을 향해 그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야구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는 만큼 각오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고향만두’ 박진만(36. SK 와이번스)의 2012시즌은 한겨울부터 뜨겁다.

1996년 현대에서 데뷔한 이래 5번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한국 야구 최고 유격수 계보를 잇는 걸출한 선수로 자리매김한 박진만은 전 소속팀 삼성에서 기회가 점점 줄어들자 지난 2010년 말 자유계약 방출 형식을 통해 SK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박진만은 100경기 2할8푼 6홈런 39타점 6도루 11실책을 기록하며 아직 한 팀의 주전 유격수로서 가치가 충분히 남아있음을 증명했다.

 

지난 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박진만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훈련에 열중했다. 고교 졸업 직후 프로팀에 입단해 당시 김재박 감독이 직접 때려내는 펑고를 연신 받아내던 열정이 아직 남아있었다.

“삼성에서 자유계약 방출된 후 SK로 이적하면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섰다. 지난 시즌 부상이 있기도 했으나 어느 정도 경기에 출장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몸 상태는 완벽해졌다. 올 시즌은 ‘박진만이 쇠락할 것인지, 제대로 부활할 것인지’가 달린 터닝 포인트와 같은 한 해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을 잊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겠다”.

지난 2년 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박진만이 유일하다. 2010년 삼성이 SK에 4연패로 패퇴할 때 주전 유격수가 아닌 백업 내야수로 기회를 기다렸던 박진만은 지난해 SK의 주전 유격수로 다시 패권에 도전했으나 결국 전 소속팀의 4승 1패 우승을 지켜보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지난해 우리 팀 부상 선수도 많았고 감독님도 바뀌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으나 힘들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특히 2010년까지 있던 팀과 격돌하는 만큼 ‘이번에 지면 안 된다’라는 마음이 강했다. 한층 더 집중했지만 야구가 확실히 말처럼 쉽지는 않더라. 체력적으로도 아쉬움이 많았다”.

비시즌 동안 SK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0여 년간 주축 투수로 활약하던 정대현, 이승호(이상 롯데)가 프리에이전트(FA)로 이적했다. 박진만의 야구 선배인 조인성(전 LG), 임경완(전 롯데)이 FA로 이적해왔으나 그들은 전 소속팀에서 10년도 더 넘는 기간을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선배들을 돕고 후배들을 함께 이끌어야 하는 것이 박진만의 올 시즌 임무 중 하나다.

“지난해보다 전력이 약간 떨어진 것 같다는 평도 들었다. FA로 온 선배들도 좋은 선수들이지만 이전 팀에서 10년 넘게 활약했던 선수들인 만큼 새 팀 컬러에 적응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그러나 우리 팀은 원래 어려울 때 더욱 빛을 발하는 팀이다. 우리 선수들이 이를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선후배가 서로를 보듬어주며 더 높은 고지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나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팀의 우승을 1차 목표로 삼은 박진만. 그에게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를 묻자 ‘골든글러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박진만은 5번의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김재박 전 LG 감독과 함께 유격수 골든글러브 최다 타이 기록을 갖고 있다. 김 전 감독은 한국 대표 유격수 계보의 선두주자이자 현대 시절 그를 9시즌 동안 지도했던 은사다. 따라서 박진만의 2012시즌 키워드는 ‘청출어람’이다.

“감독님이 처음 감독 지휘봉을 잡으셨을 때 나도 고졸 신인으로 처음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등번호 7번도 물려주셨고. 날 많이 아껴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신 분이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분이다. 그래도 골든글러브는 또 한 번 더 타고 싶다. 감독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웃음) 존경하는 스승을 넘어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