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7번을 나란히 달고 있는 SK 박진만과 삼성 김상수의 전쟁이 뜨겁다. 한국야구의 유격수 자리를 대표하는 베테랑과 차세대 국가대표 유격수를 노리는 유망주의 격돌로 그들은 지난 2010년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국민 유격수' 박진만(36)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안정적인 수비와 달리 공격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28일 문학에서 열린 KS 3차전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팀승리의 신호탄과도 같은 아치였다. 반면 안타 하나를 기록한 삼성 김상수(22)는 수비에서 실책을 연발하다 팀패배로 고개를 숙였다. 팀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자리에서 두 선수의 희비가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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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8일 2012 프로야구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리는 인천 문학구장. SK 박진만. 박성일기자sungil@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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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박진만, 베테랑은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한다.
박진만은 3차전에 유격수 겸 8번 타자로 선발출장해 자신의 포스트시즌 최다 출장기록을 101경기로 갱신했다. 내용도 화려했다.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팀의 12-8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SK는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삼성의 막강 마운드를 공략했다. 경기후 박진만은 "선수들이 자신감이 생겼다. 묶여있던 밧줄이 싹 풀린 느낌이다"며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시즌 박진만의 한 해는 쉽지 않있다. 주전 유격수 최윤석의 백업으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3루수 출전도 이어졌다. 안정감 있는 수비와 달리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가지 않았다. 타율 0.210(5홈런 19타점)으로 부진했다. 이만수 감독이 SK 사령탑으로 앉으며 입지는 더욱 줄었다. 몸 앞으로 오는 타구는 잘 처리하지만 타구 처리 반경이 좁아졌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3차전 맹활약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훌훌 털어냈다. 돌아보면 플레이오프(PO)에서도 그는 4차전까지는 10타수 1안타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롯데와의 5차전에서 3타수 2안타 2득점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안타를 생산했고 국민유격수의 일품 수비를 선보였다. 가을잔치에서 팀이 가장 힘들 때 화려하게 빛나며 역시 큰 경기에는 베테랑이라는 속설을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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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8일 2012 프로야구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리는 인천 문학구장. 삼성 김상수가 4회말 2사 1루 정근우 도루시도시 송구를 놓치고 있다. / 홍승한기자hongsfilm@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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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군' 김상수, 연이은 실책에 고개 숙이다.
삼성 김상수는 KS 3차전에서 3타수 1안타 2삼진. 타율은 0.333을 기록했다.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적표다. 문제는 수비였다. 한 번의 실책과 두 번의 실책성 플레이로 SK에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시작은 6-4로 앞선 4회 정근우의 땅볼을 안타로 만들어 주면서 부터였다. 이후 최정 타석때는 1루주자 정근우의 도루를 잡기 위해 던진 포수 진갑용의 견제구를 뒤로 빠뜨리며 3루를 헌납했다. 연이어 투수폭투가 나오며 실책은 실점으로 이어졌다.
출발은 좋았다. 그는 3회 무사 1루에서 절묘한 번트로 SK선발 부시의 송구실책을 유도하며 팀이 수확한 6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운명의 6회, 김상수의 결정적인 실책을 시작으로 역전패의 불운이 발생했다. 6회 7-6으로 1점차로 앞선 1사 1,3루에서 최정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지만 정작 본인은 그라운드에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포구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채 외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사이 1루주자 박재상은 2루 베이스를 밟았고 다급한 마음에 타자주자를 잡기 위해 1루에 원바운드로 던진 공이 SK 덕아웃으로 빠져버렸다. 두 베이스씩 진루권을 얻은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으며 순식간에 8-7로 역전당했다. 김상수는 하늘을 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가을잔치가 이제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멍군' 김상수가 다시 '장군'을 부를 수 있을지, 유격수 신.구 맞대결이 점점 더 흥미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