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버릴 것이 없는 안타였다.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출장 기록을 매일 새롭게 갈아치우고 있는 박진만(36·SK)이 베테랑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박진만은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유격수 겸 8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사실 기록만 보면 전체적으로 터진 이날 SK 타선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는 아니었다. 그러나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깊은 맛이 있는 활약이었다.
첫 타석에서 우전안타로 포문을 연 박진만은 3-6으로 뒤진 4회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삼성은 선발 배영수를 3회 만에 내리고 차우찬을 투입한 상황이었다. 3연승으로 시리즈를 조기에 끝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는 교체였다. 그러나 박진만이 그 삼성의 계획을 깨뜨렸다. 차우찬의 2구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추격의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점수차도 2점으로 줄어들었다.
홈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차우찬으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은 일격이었다. 결국 차우찬은 ⅔이닝 밖에 버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삼성으로서는 좌완 카드 하나를 조기에 소모시킨 셈이 됐다. 만약 박진만의 홈런이 없었다면 차우찬은 4회를 넘길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게 되면 필승조까지의 연결고리 몫을 할 수도 있었다. SK로서는 1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소중한 홈런이었다.
4-6으로 뒤진 6회에도 선두 타자로 나선 박진만은 2루타를 치며 포문을 열었다. 이번 상대는 권혁이었다. 권혁은 5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깨끗하게 막아냈다. 더 이상의 좌완 카드가 없었던 삼성으로서는 권혁이 좀 더 오랜 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그러나 박진만은 가볍고도 날카로운 스윙으로 또 한 번 삼성의 계획에 낙서를 했다.
박진만의 2루타는 결국 SK의 대량득점으로 이어졌다. 임훈의 절묘한 번트로 무사 1,3루가 된 후 삼성은 마운드부터 내야까지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양상이 역력했다. 폭투, 실책 등이 겹치며 삼성답지 않은 야구를 했다. 결국 박진만의 활약은 삼성이 자랑하는 철옹성 불펜을 무너뜨리는 시발점이 됐다. 플레이오프부터 ‘박진만 시리즈’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던 박진만이 또 한 번 베테랑의 무게감을 유감없이 발휘한 3차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