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이형석]
SK는 10일 롯데전에서 졌지만 최근 4연승을 내달리며 4위 싸움의 새로운 주자로 급부상했다. 10일 현재 4위 LG와 1.5경기차로 가을야구 단골손님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만수(56) SK 감독과 선수단은 '주장' 박진만(38) 합류 효과를 강조한다.
박진만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의 '투표'로 주장에 선임됐다. SK가 주장을 선수단 투표로 결정한 건 구단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는 지난 4월12일 삼성전 도중 오른 십자인대 부분파열을 당해 1군에서 빠졌다. 이후 정밀검사 진행 뒤 의료진의 권유로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한 박진만은 1군 엔트리에선 제외됐지만 주장으로서 홈·원정 경기 모두 동행했다. 그리고 지난 2일 확대엔트리 시행으로 142일 만에 1군 엔트리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만수 감독은 10일 롯데전을 앞두고 최근 팀 상승세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인다"며 "모든 선수들이 골고루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박진만의 이름을 꺼냈다. 이 감독은 "박진만이 들어온 뒤 팀이 더 좋아졌다"며 "주장으로서 역할이 많은데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만은 요즘 경기 중후반 대타로 많이 나서고 있는데, 이 감독은 "누구보다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클 텐데 팀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이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어 "형으로서 후배들을 편하게 잘 이끌고 있어 정말 고맙다"고 재차 강조했다.
팀내 고참급인 김강민(31)도 '캡틴'의 존재감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김강민은 "그 동안 성적이 안 좋았는데 정신적 지주가 없었던 영향도 있다"고 말한 뒤 "진만 선배가 엔트리에 있고 없고는 정말 큰 차이다"고 강조했다. 늘 선수들과 동행했지만, 1군 엔트리에 정식으로 합류한 뒤 그 존재감만으로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SK는 박진만의 부상 다음날 2위로 떨어졌다. 이후 한동안 상위권에 포진하다 줄곧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박진만이 부상 복귀한 뒤 최근 4연승을 내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김강민은 "어린 선수들은 무조건 박진만 선배를 좋아한다"며 "사실 그 동안 우리팀에 고참급 선수가 별로 없지 않나"라고 얘기했다. 평소 재치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그는 "진만이 형은 야구를 못해도 3년은 1군 엔트리에 남을 것 같다. 구단 최초로 플레잉 코치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이야기할 정도였다.
'캡틴'은 누구보다 팀에 대한 미안함이 크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진출로 미안함을 갚으려는 생각이 크다. 박진만은 "벤치의 '파이팅맨'이 되려한다. 주장으로서 그동안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성적이 좋지 않아서인지 선수들에게 활력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이 형성된 것 같다"며 가을 잔치 진출을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