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5년

'희로애락'으로 돌아본 2015시즌 KBO리그

사비성 2015. 12. 31. 17:52

'희로애락'으로 돌아본 2015시즌 KBO리그

 

김지섭 기자2015.12.31l수정2015.12.31 08:18

 

프로야구는 ‘데일리 스포츠’다. 휴식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경기가 열려 다른 종목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올 한 해는 신생 팀 kt의 1군 합류로 사상 첫 10구단, 팀당 144경기 체제, 와일드카드 도입 등으로 어느 때보다 풍성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썼다. 환희와 슬픔이 교차한 2015년 프로야구를 ‘희로애락’으로 정리했다.

 

◇희(喜),

 

잠실 곰들의 환호와 신기록 열전두산이 14년 만에 한을 풀었다. 두산은 통합 5연패를 노렸던 정규시즌 1위팀 삼성을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꺾고 정상에서 포효했다. 2001년 통산 3번째 우승 이후 3전4기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기쁨에 겨운 ‘잠실 곰’들은 안방 팬들 앞에서 환호했고, 투수 유희관은 시즌 전 공약대로 ‘나쁜 몸’을 보여주는 상의 탈의를 했다.

 늘어난 경기 수로 인해 기록 잔치도 펼쳐졌다. 테임즈(NC)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40홈런(47개)-40도루(40개) 클럽에 가입했다. 박병호(전 넥센)는 개인 최다인 53개의 홈런으로 사상 첫 홈런왕 4연패와 2년 연속 50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삼성)은 전인미답의 통산 400홈런을 돌파했고, 이호준(NC)은 최고령(39세 4개월 10일) 300홈런 고지를 밟았다.

 

◇로(怒), 도박•약물, SNS 논란, 음주운전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 그러나 팬들은 올해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삼성 마운드의 핵심인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1년 중 가장 큰 잔치인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찬물을 끼얹었다. 이 중 임창용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했고, 삼성은 지난달 방출 결정을 했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아직 경찰 수사 단계에 있다.

 한화 최진행은 지난 6월 금지약물 복용 적발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30경기 출전 징계를 받았다. 최진행은 단순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여론은 이미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kt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곤욕을 치렀다. 장성우는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한 여성이 SNS에 장성우와 메신저로 나눈 대화 내용을 폭로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내용은 소속 팀 감독, 팬, 치어리더 등 주변 관계자를 비하한 것이었다. 투수 장시환도 전 여자친구가 폭로성 글을 SNS에 올렸다. LG는 정찬헌과 정성훈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애(哀), 불의의 부상과 포스팅 무응찰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잔부상은 있다. 정말 큰 부상만 아니면 참고 뛴다. 그런데 하필 불의의 큰 부상을 중요한 시기에 당한 선수들이 있다. ‘국민 유격수’ 박진만(39ㆍSK)은 9월10일 대전 한화전에서 주루 플레이 중 무릎을 다쳐 십자 인대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았다. 유격수 최초 2,000경기 출전까지 단 7경기만을 남겨놨는데 1년 간의 재활이 불가피한 큰 부상으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시즌 후 은퇴 선언을 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39ㆍ삼성) 또한 시즌 막판 옆구리 부상 탓에 2년 연속 3할 타율-30홈런-100타점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이 불발됐다.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꾸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문을 두드렸던 손아섭과 황재균(이상 롯데)은 쓴 맛을 봤다. 둘 모두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무응찰은 2002년 진필중 이후 13년 만이다. 이들은 결과 통보 당시 4주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상태라 입장 표명 없이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락(樂), 경기를 즐긴 진정한 스포츠맨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이는 스포츠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프로야구 스타들은 승패보다는 경기 자체를 즐기면서 팬들에게 큰 교훈을 줬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손민한(40ㆍNC)은 올해 역대 최고령 10승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잊혀져 가던 자신을 다시 불러준 NC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보다 한 경기 한 경기를 ‘보너스’로 생각하고 즐긴 결과물이다. 덕분에 손민한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을 수 있었다.

 막내구단 kt의 성장을 보는 것도 팬들에게는 즐거움이었다. kt는 개막 11연패의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리그 최초 100패도 가능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츰 팀다운 팀으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긴장감과 패배 의식 탓에 주눅 들었던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알게 되고 경기도 즐길 줄 알면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시즌 성적은 52승1무91패로 최하위에 그쳤지만 6월 이후 성적 42승1무49패는 내년 시즌 전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