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9년

'명품 유격수' 박진만이 본 KIA 박찬호 "기본기 탄탄, 마무리 아쉬워"

사비성 2019. 6. 12. 11:50

'명품 유격수' 박진만이 본 KIA 박찬호 "기본기 탄탄, 마무리 아쉬워"

“기본기는 좋다.”

‘명품 유격수’ 출신인 삼성 박진만 코치가 자신을 롤모델로 꼽는 KIA 박찬호에 대한 솔직담백한 평가를 내렸다. 상대팀 선수인데다 KIA에도 김민호 수석코치와 김민우 수비코치, 김종국 작전코치 등 유격수 출신 코치들이 많아 조심스러워 했다.

박찬호는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유격수 박진만’을 롤모델로 삼았다. 박찬호는 “박진만 코치님처럼 부드러운 수비가 탐난다. 누가봐도 ‘수비 잘하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나. 타격에도 욕심이 나지만 내 진짜 가치는 수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차세대 국가대표 유격수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박진만의 수비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며 수비할 때 힌트를 얻었고 덕분에 현재 KIA 야수들 중 수비만큼은 ‘원 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코치가 현역시절 뻣뻣한 새 글러브로만 수비했다는 얘기를 들은 박찬호는 “나도 그렇다”며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데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동경하던 대상을 당당한 주전이 된 이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박찬호는 지난 1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삼성과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박 코치와 인사를 나눴다. 박찬호가 “우와”라는 탄성밖에 지르지 못하자 박 코치가 “수비 잘하고 있는데 뭐가 ‘우와’냐”라며 귀엽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날 3루수로 선발출장한 박찬호는 수비에서 예의 화려한 풋워크로 수 차례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박 코치는 “젊은 유격수들 중에 눈에 띄는 인물이다. KIA에서는 박찬호 같은 내야수가 있다는 게 축복일 것”이라고 칭찬했다. 명품 유격수 출신인만큼 상대팀 유격수들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박 코치의 눈에 비친 박찬호는 ‘기본기가 탄탄한 유격수’였다. 그는 “스타트 타이밍이나 글러브 핸들링, 풋워크 등 어릴 때 잘 배웠다는 인상을 주는 친구”라고 칭찬했다. 경쾌하고 날렵한 풋워크를 갖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실수가 없는 점은 기본기를 잘 다진 덕분이다. 뻣뻣한 글러브를 쓰면서도 느린타구를 처리하는 모습은 수비 감각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려하기만 한 수비는 아니라는 의미다. 박 코치는 “화려하다는 선입견을 받을 수 있는 움직임”이라면서도 “물흐르듯 유연한 수비는 경험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타구에 따라 스텝에서 포구, 스텝, 송구로 이어지는 동작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건 많은 타구를 잡아내면서 스스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두산 김재호가 가장 유려한 유격수인데 평소에는 부드럽게 수비하다가 해야 할 때는 누구보다 화려한 플레이를 한다. 타고난 감각과 탄탄한 기본기에 경험이 더해져 완성된 유격수”라고 설명했다. 

유격수 대선배 답게 개선해야 할 부분도 눈에 띄었다. 박 코치는 “종종 포구동작까지만 집중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건 어릴 때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송구를 마칠 때까지 집중하라는 의미다. 간혹 포구 후 ‘1루수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식의 송구를 할 때가 있다. 대충 던져놓고 운에 맡기는 듯한 동작이 나와서는 명품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게 박 코치의 수비철학이다. 그는 “여유를 갖더라도 송구까지 끝낸 이후여야 한다. 수비는 잡아서 던져 동료 야수가 편하게 받는 것 까지”라고 강조했다. 상대팀 선수이지만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것은 그만큼 박찬호의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