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삼성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외야수 박해민과 투수 심창민을 떠나보냈다. 2014년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기준으로 이제 삼성에 남아있는 왕조 멤버는 단 3명(백정현, 김상수, 김헌곤) 뿐. 통합 4연패(2011~2014)까지 범위를 넓혀도 오승환까지 4명이다. 삼성 왕조의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는 야구팬들에겐 왕조 멤버들이 사라지는 삼성의 모습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코치진으로 시야를 넓힌다면 삼성에 남아있는 왕조 멤버들은 꽤 있다. 특히 새롭게 개편된 2군은 왕조의 향기가 진하다. 박진만 2군 감독을 비롯해 정현욱 투수코치, 박한이 타격코치, 채상병 배터리코치, 강봉규 수비‧작전코치, 새 시즌 프런트에서 코치로 변신한 권오준 투수코치, 손주인 수비코치까지 왕조의 주역들이 대거 합류해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삼성 퓨처스팀(2군)은 2022시즌을 앞두고 2군 코치진을 개편했다. 기존 2군 감독이었던 오치아이 에이지가 일본 주니치의 1군 투수코치로 합류하면서 공석이 생겼고, 이에 삼성은 박진만 1군 작전코치를 2군 감독으로 선임해 공백을 메웠다.
투수 출신 감독에서 야수 출신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뀌면서 육성 방향도 달라졌다. 그동안 삼성은 투수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좋은 성과를 거둬왔지만, 야수 발굴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뎠던 것이 사실. 이에 삼성은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부터 야수 발굴로 전략을 바꿨고, 때마침 오치아이 감독이 떠나면서 2군 육성의 방향도 야수 쪽으로 비중을 높였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시즌까진 투수 쪽에 비중을 많이 뒀는데 올 시즌엔 야수 쪽에 중점을 두고 지켜볼 예정이다. 올해 신인 선수들이 좋은 평가를 계속 받고 있고, 젊은 야수들 가운데서도 괜찮은 선수들이 눈에 띈다”라면서 “이들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확인해보고 싶고, 선수 때 해왔던 야수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 체계적으로 잘 훈련한다면 좋은 선수들이 될 것 같다”라며 감독으로서 맞는 첫 시즌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삼성과 박진만 감독은 그동안 잘 굴러왔던 2군의 시스템을 바꿀 생각은 없다. “누가 감독으로 오든 기조가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는 오치아이 전 감독의 바람대로 박진만 후임 역시 시스템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유지할 예정이다.
정현욱 1군 투수코치를 2군 투수코치로 선임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진만 감독은 “투수 파트는 정현욱 코치에게 일임했다. 전 감독님의 투수 육성 시스템도 잘 구축돼있고, 정 코치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지도 스타일이나 방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훈련 스케쥴이나 전반적인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오치아이 전 감독 체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동기부여’도 계속 이어진다. 최근 수 년 간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1군으로 돌아오는 삼성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오치아이 감독님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만큼 오치아이 전 감독의 동기부여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돼왔던 것. 이제는 박진만 감독이 그 역할을 해내야 한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인 2군 캠프에서 이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육성과 성장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프로의식과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한다. 야구는 팀전이라도 개인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그 팀에 융화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강인한 정신력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자신의 지도 철학을 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훈련량을 늘리거나 엄격하게만 선수들을 지도하진 않는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코치진의 역할이다. 또 고참 선수들은 자기 표현을 잘하지만 젊은 선수들은 잘 못한다. 우리가 조금 더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코치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왕조 멤버들로 채워진 2군 코치진. 선수로서 왕조를 구축한 멤버들이 이젠 지도자가 돼 어린 선수들에게 왕조의 기운을 불어 넣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했다. 박 감독은 “악이 있고 깡이 있어야지,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강인한 정신력과 목표의식을 선수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목표다”라며 2군 감독으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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