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1년

[스투베스트] 현대 박진만, 담장을 넘는 그랜드 슬럼

사비성 2001. 4. 24. 12:33
[스투베스트] 현대 박진만, 담장을 넘는 그랜드 슬럼
[스포츠투데이 2001-04-24 22:18]
최근 현대선수들을 만나보면 홈런선두로 나선 9번타자 박진만의 이변을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아직까지 타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요즘 박진만만큼 자기 스윙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이구동성이다. 특히 그가 변화구에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만 보아도 확실해 타격에 눈을 떴다고 평가한다.

지난 주말 롯데와의 3연전에서 2개의 의미 있는 결승홈런을 추가하며 홈런부문 단독선두에 오른 박진만은 24일 잠실 LG전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초반부터 동료들이 홈런과 안타를 몰아치며 대량득점을 올리는 사이에도 박진만의 방망이는 침묵으로 일관. 첫 타석에서 3루땅볼로 물러난 그는 두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세번째 타석에서는 큼직한 파울홈런을 때려내기는 했지만 포수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역시 네번째 타석에서도 삼진. 최근 호조를 보였던 박진만으로서는 최악의 켠디션이었다.

그런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9-2로 크게 앞서던 상황이었지만 현대는 8회 1사만루의 황금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최악의 컨디션을 보인 박진만. 여느 선수 같았으면 제 스윙을 할 수 없을 만한 긴장된 상황. 그러나 박진만은 바뀐 투수 김경태의 높은 직구를 통타,좌측 담장을 훌쩍 넘는 그랜드슬럼을 뽑아냈다. 지난 12일 수원 두산전에 이어 올시즌 두번째로 뽑아낸 만루포. 인천 SK전에서 홈런을 날린 장종훈과 홈런 공동선두를 이뤘다.

박진만은 시즌 초반 홈런이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만일 내가 홈런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면 결코 홈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확한 타이밍을 잡아 중심이동을 가져가는 것이 주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홈런보다는 타율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이 상하다는 박진만에게도 이제 슬러거라는 표현이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