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3년

박진만, 욕심 버리고 '영양가 회복'

사비성 2003. 5. 9. 23:51
박진만, 욕심 버리고 '영양가 회복'
[굿데이 2003-05-09 10:35]

"욕심을 버리니까 이제야 잘 맞네요."

현대 유격수 박진만(27)이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2000·2001년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박진만은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삼성 브리또에게 유격수 지존의 자리를 빼앗겼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박진만은 최고 유격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미국 전지훈련에서 꾀를 부리지 않고 그 누구보다도 많은 땀을 흘렸다.

하지만 야구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날라가는 불운이 겹치면서 박진만은 타격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했다. 박진만은 팀이 상위권을 달리고 있어 좋았지만 5일 SK전이 끝난 후 타율이 2할3리까지 떨어진 자신을 보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좀처럼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박진만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무리하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가 오른허벅지 부상을 당해 6일 SK전에는 올시즌 두번째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박진만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고 수심이 가득했다. 자신을 믿고 꾸준히 출전시켜주고 있는 현대 김재박 감독을 볼 면목이 없었다.

박진만은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박진만은 "시즌은 길다. 욕심을 버리고 내게 주어진 일을 하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며 자신을 컨트롤했다.

8일 수원 SK전에서 박진만은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날 경기 전 김감독으로부터 검은색 맥스 방망이를 특별히 선물받은 박진만은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오랜 부진의 터널을 뚫고 나왔다. 팀을 단독 1위에 올려놓으며 타율도 2할2푼으로 끌어 올렸다.

박진만은 "올시즌 잘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타격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니 공이 맞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