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WBC한국 “못할것 없다” 정신력의 승리

사비성 2006. 3. 16. 13:47

WBC한국 “못할것 없다” 정신력의 승리

 

한 명의 열 걸음보다 열 명의 한 걸음이 강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행을 이뤄낸 야구대표선수들은 1·2라운드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냈다. 특정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을 연상케 한다.

이번 WBC도 똑같다. 이번 WBC에서 꾸준한 기량을 뽐낸 타자는 이승엽(요미우리)이다. 이승엽은 14일 미국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1라운드 중국전에서 2홈런을 터뜨린 뒤 일본전 결승홈런, 2라운드 멕시코전 투런홈런, 미국전 솔로홈런까지 5홈런 10타점. 홈런은 단독, 타점은 공동선두다. 일본·멕시코전 홈런은 승부와 직결된 만점포였고 미국전 선제 솔로홈런은 기폭제였다.

‘최강 미국’전의 히어로는 최희섭(LA다저스)이었다. ‘공갈포 4번타자’라는 오명속에 미국전 선발에서조차 제외됐던 최희섭은 4회 대타로 나서 3점홈런을 터뜨려 승리의 주역이 됐다.

1라운드 첫 경기 대만전에서 공격의 물꼬를 텄던 이종범은 매경기 노련한 플레이로 제몫을 한 데 이어 2라운드 일본전에선 8회 2타점 2루타로 4강을 ‘화룡점정’했다.

부상으로 대만전 외에는 출전하지 못한 홍성흔(두산)도 4회 선취 결승점으로 연결된 1타점 2루타를 쳐내 한국의 연승에 불을 댕겼고, 대만전서 부상해 제외된 김동주(두산)도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한국선수단을 하나로 만들었다.

야구는 투수싸움. 우리 투수들의 선전은 연일 눈부셨다.

‘맏형’ 구대성(한화)은 중간계투로 뛰면서 노련한 피칭으로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1·2라운드 통틀어 중국전을 빼고 5경기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너끈히 소화했다. 승패없이 홀드만 4개. 2002년 월드컵팀에서 묵묵히 팀을 이끌었던 홍명보를 연상케 하는 구대성을 김인식 감독이 “일등공신”으로 주저없이 꼽는 것도 이런 뜻이다.

1라운드와 2라운드 첫경기. 심리적 부담이 많은 경기에 출전, 대만과 멕시코 타선을 요리한 ‘컨트롤 아티스트’ 서재응(뉴욕메츠)도 빛을 한껏 낸 스타였다.

박찬호(샌디에이고)·김병현(콜로라도)의 잇단 호투도 좋았다. 박찬호는 1·2라운드 4경기에서 3세이브를 기록하며 ‘특급 소방수’ 노릇을 넉넉히 했다. 2라운드 일본전에서도 33세의 나이에도 시속 150㎞대 속구를 뿌려 5이닝 동안 일본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번 대회 9이닝 무실점으로 방어율 0. 김병현은 승리투수가 된 2라운드 일본전을 포함, 3경기에서 4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6개나 잡아냈다. 방어율은 역시 0이다.

수비의 든든한 버팀목은 우익수 이진영(SK), 유격수 박진만(삼성). 이진영은 2라운드 일본전 2회말 2사2루에서 나온 안타를 멋진 홈송구로 연결, 2루 주자를 홈에서 태그아웃시켰다. 1라운드 일본전에서 나온 이진영의 슬라이딩 캐치도 잊을 수 없는 명장면. 2사 만루에서 우측 펜스 구석으로 떨어지는 2루타성 타구를 몸을 달려 걷어낸 ‘혼신수비’에 일본 관중까지 기립박수를 보냈다.

박진만은 한국이 WBC 참가국 중 유일하게 무실책 수비의 믿음직한 대들보였다. 가장 많은 타구를 처리해야 하는 유격수로서 실책은 말할 것도 없이 불안한 플레이조차 없었다.

팀워크로 똘똘 뭉친 한국야구대표팀이 WBC 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