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4년

현대 “박진만 없었더라면…”

사비성 2004. 10. 27. 23:04
현대 “박진만 없었더라면…”
[경향신문 2004-10-27 17:48]
4경기에서 14타수 2안타(0.143).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현대 유격수 박진만의 성적표다. 주전 가운데 클리프 브룸바(15타수 2안타, 0.133)와 함께 고개숙인 남자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그나마 브룸바는 홈런 2개로 2타점을 기록했지만 박진만은 단타 2개에 1타점이 고작이다.

하지만 박진만을 빼놓고 현대의 야구를 논할 수 없다. 박진만의 진가는 지난 25일 대구 4차전에서 드러났다.

0-0으로 맞선 현대의 7회말 수비 2사 1, 2루. 이어 삼성 김한수가 중견수 쪽으로 굴러가는 타구를 날리자 2루 베이스 뒤로 달려간 박진만이 한바퀴 돌아 넘어지면서 2루에 볼을 토스, 1루 주자 김대익을 아웃시켜 실점위기를 막아냈다.

공수교대 후 8회초 2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진만은 더 큰 일을 해냈다. 퍼펙트게임을 목전에 둔 배영수로부터 풀카운트 접전 끝에 천금같은 볼넷을 얻어낸 것이다. 연장 11회에는 삼성의 두번째 투수 권오준으로부터 처음이자 유일한 안타를 뽑아내 삼성의 노히트 노런까지 깨뜨렸다.

현대가 1승2무1패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박진만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두 질 뻔했던 무승부 2경기와 승리한 경기에서 박진만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지지 않는 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1-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5회말 박진만의 희생번트를 삼성 유격수 조동찬이 실책하는 바람에 현대는 3점을 보태 승기를 잡았다. 2차전은 4-8로 뒤지던 6회말 박진만이 몸 맞는 볼을 얻어내며 2점을 따라붙어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되는 박진만은 올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이미 삼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현대 또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2004 한국시리즈 패권이 어느 팀에 돌아가든 박진만으로서는 디펜딩 챔피언팀의 일원으로 내년 시즌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