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0년

박진만 '학습 효과', 비룡에 날개 될까

사비성 2010. 11. 29. 22:07

박진만 '학습 효과', 비룡에 날개 될까
-특급 선수 영입 시 팀 전체 학습효과도 기대 가능
-박진만의 타구 예측 능력, SK서 시너지 낼까
입력 : 2010-11-18 09:42:31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트레이드 등을 통해 선수를 영입할 때 가장 먼저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성적이다. 기량이 빼어난 선수를 통해 눈에 보이는 성적이 올라가게 된다면 투자에 대한 효과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팀내 경쟁에 가속이 붙으며 경쟁 선수의 기량이 올라가는 것도 또 하나의 소득. 그리고 또 한가지. 영입 선수를 통한 학습효과까지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올시즌 포수로는 사상 최초로 100타점을 넘어 선 LG 조인성이 "이진영 이택근 등 수준급 타자들이 영입되며 그들의 매커니즘을 유심히 살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치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한국 최고 유격수 계보를 잇고 있는 박진만은 17일 고향팀인 SK 입단에 합의했다. 주전 유격수 나주환의 입대로 공백이 생긴 SK 입장에선 꼭 필요한 전력이 보강된 셈이다.

최근 성적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이르다. 드러난 수치상 박진만은 분명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시즌 출장 경기수는 46경기에 불과했다.

물론 부활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선 경쟁할 기회가 다시 생겼다는 점에서 박진만이 다시 의욕을 갖기 시작했다. 또 SK의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기량을 되찾은 사례는 매우 많다.
하지만 성적은 뚜껑을 열어봐야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다.

대신 보다 분명하게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박진만을 통해 SK의 수비 시프트가 한층 단단해질 수 있다는 기대다.

박진만은 TV 하이라이트에 등장할 만한 역동적 호수비를 잘 하는 선수가 아니다. 매우 잘 맞은 타구를 아무 것도 아닌 것 마냥 처리하는 것이 장기다. 그의 진가는 안타성 타구의 길목에 서서 보통 땅볼처럼 만들어내는 것에서 나온다.

이순철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박진만의 예측 수비는 최고 수준이다. 거기에 빠른 바운드 판단 능력이 있다. 박진만이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진만의 시프트는 오랜 경험과 고민이 만들어낸 데이터다. 타자의 성향과 투수 구종에 따라 자신만의 자리를 잡는다.

SK 역시 수비 시프트로 큰 성과를 보는 팀이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안타의 길을 차단하는 것이 장기다.

하지만 시프트가 모두 맞을 순 없다. 확률이 높은 곳을 막아서고 있을 뿐, 100% 성공이란 있을 수 없다.

박진만의 입단이 SK에 힘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전까지는 SK의 방식으로 시프트가 이뤄졌다. 이제 여기에 박진만이 경험으로 쌓아 온 데이터가 더해질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키 또한 박진만이 쥐고 있다. 그가 지닌 노하우는 말 만으로는 모두 설명이 불가능하다. 함께 내야의 땅을 구르며 후배들에게 전달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박진만이 SK서 보다 많은 경기에 나서기 위해선 우선 팀 내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박진만이 앞으로 흘릴 땀은 개인의 성취 못지 않게 SK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